[랭폴] Narratage sequence(하)

<span class="sv_member">특별출연</span>
특별출연 @t6wI9Ba3UqSaAFO
2026-03-11 16:43

전편  URL


글이 길어서인지 잘려서 상/하편으로 나누었습니다.

바로 19씬이 들어갑니다......





좋긴 좋은데, 자세가 영 불편했다. 딱딱한 책상에 거의 반쯤 누웠는데, 제 체중도 모르고 마구잡이로 좋아서 달려드는…… 몸집만 큰 강아지. 그래, 그런 생각을 하며 베를렌느의 정신이 딴 곳으로 샌 것을 알아차린 랭보가 집중하라는 듯 혀끝을 꾸욱 깨물었다. 놀라 동그랗게 뜨인 베를렌느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면서, 그 안에 잔잔하게 들끓고 있는 욕망을 그대로 보이며 진득하게 입맞춤을 이어 나갔다. 결국 베를렌느가 먼저 눈을 내리감고 목에 양팔을 걸었다.


입맞춤이 길어질수록 그의 몸이 잠시 잊고 있던 감각을 되살리는 기분이 들었다. 말캉한 혀가 입천장을 스치기만 해도 목뒤가 저릿거리며 오싹해지고, 어깨가 흠칫 떨렸다. 더군다나 자신에게 계속 기우는 몸을 받아내다 보니 허벅지에 중심이 닿아 압박이 되었다. 몸을 살짝 비틀어 도망가도 단단한 허벅지에 계속해서 문질러져 바지 안에서 자연스레 피가 몰리는 것이 느껴졌다. 얼굴이 새빨개진 베를렌느가 랭보를 살짝 밀어냈다.


“랭보, 잠깐만…….”

“…왜?”


숨을 고르면서 베를렌느가 되도 않는 변명을 어물거렸다. 무거워서… 랭보의 두 눈썹이 불만인 듯 주욱 내려갔다. 고작 그런 것 때문에? 라고 얼굴에 쓰인 듯했다. 그가 시선을 살짝 피하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서 싫어?”


오히려 너무 좋아서 문제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베를렌느가 손을 뻗어 랭보의 어깨를 조심히 끌어당겼다. 더 밀어내면 분명 잔뜩 토라질 테니까, 입술을 부딪히면 랭보가 기다렸다는 듯 다시 적극적으로 붙어왔다. 분명 무겁다고 했는데, 좀 전보다 더 집요하게 붙어오는 것이 이미 마음이 상한 것 같았다. 입술을 벌리고 혀를 얽어 꾸욱 기분 좋은 곳을 자극하니 어깨에 얹은 손이 움찔이며 곱아들었다.


숨 가쁜 입맞춤에 열중하고 있으면 소년의 손이 어느새 능숙하게 크라바트를 풀어헤치고, 베스트 단추를 끌러냈다. 셔츠 또한 맥 없이 풀리며 찬 공기가 달아오른 살갗에 닿았으나 허리에 얹어진 뜨거운 손이 더 강렬하게 느껴졌다. 살갗 위로 윤곽이 드러나는 갈비뼈를 손으로 더듬으면서 한참 물고 빨아 부은 입술을 천천히 떼어냈다.


“왜 이렇게 말랐어.”

“…아, 흐…”


속상한 마음에 한참을 부드럽게 매만지고 있으면 베를렌느가 앓는 소리를 내며 손을 슬쩍 밀어냈다. 그만… 평소보다 반응이 빠른 것 같아 랭보가 고개를 가까이 들이밀었다. 귀 끝까지 벌겋게 달은 얼굴이 감출 수 없이 드러났다.


“폴, 벌써 흥분했어?”

“…아니야, 그런 게 아니고.”

“그럼?”


손을 내려 허벅지 사이를 꾸욱 압박하면 힉, 소리를 내며 베를렌느가 다리를 오므렸다. 랭보가 소리 내 낮게 웃었다. 거짓말쟁이. 베를렌느는 고개 돌려 못 들은 척 하며 어깨를 살짝 밀어냈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을 알기에, 놀리는 것은 적당히 하기로 하고 뺨에 입을 맞추었다가 고개를 기울여 벌겋게 달은 목덜미에 입술을 눌렀다.

쇄골과 가슴팍까지 쪽, 쪽 소리를 내며 입술을 미끄러트리며 내려갔다. 특별히 자극적인 행위가 아님에도 닿는 곳마다 불이 붙는 것 같아 그에게서 앓는 소리가 절로 터져 나왔다. 평평하고 너른 가슴 위에 입술을 붙이다가 이를 세워 장난스럽게 살갗을 깨물고, 봉긋하게 솟은 유두를 입에 담으면 반쯤 누워 있던 베를렌느의 몸이 움찔 튀었다.


“아, 잠깐…….”


이전까지는 그래도 조금은 평정을 유지하고 있던 베를렌느가 우는 소리를 흘리며 발끝으로 허벅지를 꾸욱 밀어냈다. 랭보가 시선을 들어 베를렌느와 눈을 마주쳤다. 입에 문 것을 혀끝으로 슬쩍 굴리면 무슨 말을 하려 입을 뻐끔거리다 으응, 하고 움찔였다. 랭보가 무슨 행동을 해도 그의 감각이 배로 예민하게 반응했다.


게다가 하필이면 뻗은 발끝에 단단하게 부피감 있는 것이 느껴져 그의 얼굴이 더욱 붉게 달아올랐다. 잠시 벌겋게 익은 베를렌느의 얼굴을 보던 랭보가 씩 웃곤 다시 입술로 부드럽게 스치고 할짝였다. 예민하게 선 유두에 자극이 닿을 때마다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베를렌느가 헐떡였다. 문득 랭보가 고개를 들었다.


“소리 참지 마. 어차피 우리 둘뿐이잖아.”


베를렌느가 도리질 쳤다. 인내심 있게 기다리던 랭보가 눈을 마주한 채 다시 말했다. 폴. 당신 목소리, 듣고 싶어. 반쯤 풀린 눈으로 랭보를 내려다보던 베를렌느가 잠시 갈등하다가 손을 스르르 떼었다. 천진한 얼굴로 미소 짓곤 랭보가 다시 자극하면 앓는 소리가 막히지 않고 새어 나왔다. 헐떡일 때마다 움찔이며 고동치는 심장께 밑으로 손을 내려 갈비뼈를 매만지고, 등줄기 사이 예민한 곳을 손으로 지분대면 숨소리가 조금 더 야릇하게 바뀌며 책상 위를 방황하던 손안에서 종이가 바스락거리며 구겨졌다.


계속되는 자극에 목덜미 뒤쪽이 계속해서 찌릿거리는 기분이었다. 예민한 곳만 잘 알아서 매만지는 랭보의 손길이나 가슴에서 전해지는 쾌감에 몸이 자꾸만 오싹거렸다. 이미 바지 안쪽으로 뻣뻣하게 부푼 것이 조금씩 아파왔다. 베를렌느는 아득해지는 정신을 조금이나마 붙잡으려고 손을 뻗어 랭보의 리본을 풀고, 고개를 살짝 숙여 머리칼에 입술을 부딪혔다. 랭보가 작게 웃음을 흘리며 봉긋 솟은 것을 이로 잘게 깨물면 조금 다른 감각에 몸이 다시 움찔였다.


“아흐, 랭, 보오… 그거, 하, 하지 마, 흑, 응,”


그가 다급하게 어깨를 밀어내며 도리질 쳤지만 랭보가 허벅지 안쪽을 무릎으로 지긋이 압박해가며 자극하자 우는 소리만 흘러나왔다. 갈 것, 같아, 그만, 더듬거리며 애원하듯 말하는데도 굽혀주지 않고 집요하게 물고 빨았다. 숨소리가 점점 가늘어지다 탄성과 비슷한 소리를 흘리며 베를렌느가 절정을 맞았다. 허벅지를 바들거리며 헐떡이다가 울먹이는 소리를 어렵사리 뱉어냈다.


“다, 젖었잖… 흐으, 아…….”


뒤늦게 하의를 끌어내리면 속옷 안쪽으로 하얗게 엉겨 붙어 흐르는 액이 보였다. 수치심에 베를렌느가 얼굴을 가렸다. 랭보가 미안한 기색으로 웃으며 손등 위에 입술을 묻었다. 손가락 사이로 소년을 흘겨보던 베를렌느가 손을 뻗어 입술을 쭈욱 밀어내고 하의를 추스르며 일어섰다.


“…이제 그만 해.”

“포올.”


랭보가 베를렌느의 허리를 잡아채 뒤에서 끌어안았다. 비틀거리며 베를렌느가 뒤를 향해 손을 뻗어 그를 슬쩍 밀었다. 소년과 눈이 마주치면 다시 거부할 수 없을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차마 고개 돌려 바라보지는 못했다.


“나 정말, 피곤해, 랭보. 일 하고 왔잖아…….”

“방금 기분 좋았잖아. 조금 만져주기만 했는데 가버리고… 한 번만.”


허리를 팔로 꼬옥 끌어안은 채 랭보가 베를렌느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으응? 애교부리듯 소리를 내며 다시 허벅지 사이로 손이 기어들어 가려는 것을 베를렌느가 붙잡아 제지했다. 안된다니까… 곤란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맞닿은 둔부에서 두터운 감각이 느껴져 그의 얼굴이 다시 화르르 달아올랐다. 같이 기분 좋아지자, 그렇게 속삭이곤 목덜미에 연거푸 입 맞추며 랭보가 베를렌느의 항복을 기다렸다.


“…한 번만 하는 거야.”


제 배 위에 얹어진 손을 가만히 쓰다듬다가 베를렌느가 고개 돌려 뺨에 입을 맞추었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놀란 눈을 조금 크게 떴다가 랭보가 두 뺨이 쑥 패이게 웃었다. 답하듯 콧등에, 이마에 입술을 부빗거리고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미끄러트렸을 때 베를렌느가 주저하다 손등을 쥐고 이름을 불렀다

.

“…랭보.”

“…응?”


그가 뒤돌아 랭보와 살짝 눈을 마주치고, 골반에 손을 얹은 채 잠시 뜸 들이다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해줄까?”


말뜻을 이해한 랭보가 무어라 답하기도 전에 베를렌느가 랭보의 앞에 무릎을 꿇고 끈을 찾아 앞섶을 더듬거렸다. 잠깐만, 폴. 비위가 좋지 않은 제 연인을 알았기에 랭보가 그의 어깨를 쥐고 눈을 마주쳤다. 괜찮겠어? 그 눈 안에서 걱정과, 동시에 감출 수 없는 흥분을 읽어낸 베를렌느가 미소 짓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의를 끌어내리면 속옷 안에서 뻣뻣하게 서 있던 것이 꺼떡이며 튀어나왔다.


엄지와 검지로 선단을 감싸고 손가락으로 쥐어 슬 움직이면 숨을 작게 억누르는 것이 느껴졌다. 손으로 몇 번 더 쓸어내다 입술로 끄트머리를 물고 사탕 굴리듯 입 안에서 할짝였다. 조금 더 입 안으로 밀어 넣으면 비대한 것이 입천장을 꾹 누르는 것이 느껴져 베를렌느가 시선을 살짝 들었다.


“…….”


내려다볼 때는 몰랐는데, 아래서 올려다보니 욕망이 일렁거리는 시선이 더 유혹적으로 느껴졌다. 입 안으로 절반쯤 욱여넣으면 랭보에게서 탄성 섞인 숨이 흘러나왔다. 제 머리에 손을 얹고 더듬는 손길이 재촉으로 느껴졌는지, 베를렌느가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며 조금씩 더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폴, 지금 당신… 흐, 너무…….”


제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올려다보는 시선이 야하다고, 그렇게 말하려다 손을 뻗어 부슬거리는 베를렌느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절반을 겨우 입에 담고는 안에서 더 커지는 것이 버거워 눈가가 벌겋게 달아오른 모습을 보며 무리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 반, 솔직히 더 자극되는 마음 반이었다.


빠듯하게 입안을 채운 부피 탓에 조금만 달싹여도 목 안쪽이 찔리는 것을 꾹 참고 베를렌느가 앞뒤로 고개를 움직였다. 어설프게 움직이다 깊은 곳을 콱 치받으면 그가 놀라 입 안을 꾸욱 조였다. 랭보가 낮은 숨을 뱉어내며 반응했다.


“윽… 좋아, 그렇게…”


뜨겁고 말랑거리는 혀가 기둥을 감싸고 움직이는 것이 퍽 기분 좋았다. 어설프게 움직이느라 선단에 스치는 이도 자극을 더했다. 머리카락을 콱 잡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며 랭보가 계속해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 목덜미며 어깨를 매만졌다. 어렵사리 뿌리까지 입 안에 전부 밀어 넣은 베를렌느가 생리적인 눈물을 찔끔이며 입 안에 들어온 것을 열심히 빨았다.


랭보가 본능적으로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숨이 막혀오는지 큭, 헥, 하는 소리를 내뱉다가 그가 움직이는 대로 맞추어 따라가려고 애썼다. 여린 점막을 찔리면 헛구역질을 겨우 참아내며 베를렌느가 힘겹게 입을 오물거렸다. 몇 번의 움직임 이후, 엄지로 젖은 눈가를 문질러 닦아주면서 랭보가 억누른 숨을 뱉어내다가 그대로 입 안에 사정했다. 비릿한 맛에 베를렌느가 작게 기침하며 입에서 성기를 빼냈다.


“…아,”


입에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랭보가 조금 미안한 표정으로 베를렌느에게 손을 가져다 댔으나 주저하다 입 안에 든 것을 그대로 삼킨 베를렌느가 조금 더 빨랐다. …삼켰어? 묻는 말에 답 대신 그가 입을 살짝 열어 보여주었다.


다른 말을 할 새도 없이 랭보가 고개 숙여 베를렌느에게 입 맞추었다. 고개를 살짝 틀고 입술을 부딪혔다가, 팔을 목에 걸게 하며 카우치에 밀어 눕힌 채 짙은 입맞춤을 이어갔다. 베를렌느는 제 허리를 더듬던 손이 골반을 쓸어내다 허벅지 안쪽으로 슬 기어들어 가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여린 살을 비집고 손가락을 안쪽으로 조금씩 삽입했다. 간만의 침입에 비좁은 내벽이 손가락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윽, 읏… 베를렌느가 잇새로 막힌 소리를 내뱉었다. 손끝을 살짝 굽혀 얕은 곳에 있는 스팟을 느긋하게 문질러 주면 고통 섞인 소리가 조금씩 부드럽게 바뀌었다. 그래도 여전히 안쪽이 손가락을 빠듯하게 물고 있었다. 랭보가 입술을 떼어내고 속삭였다.


“폴, 힘 좀 풀어.”

“…으, 응…….”


너무 오랜만이라……. 저도 모르게 변명을 입에 담으며 입술을 짓문 채로 베를렌느가 힘을 풀려 애썼다. 목덜미에 고통 섞인 숨을 터트려가며 고개를 부비면 랭보가 천천히 등허리를 쓸어주었다. 이마며 머리칼에 입 맞추며 뻑뻑한 안쪽을 부드럽게 매만지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숨소리가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익숙하게 찾아낸 내벽 안쪽의 예민한 지점을 둥글게 쓸어내면 베를렌느가 앓는 소리를 내며 골반을 달싹거렸다. 손끝에 힘을 실어 헤집으며 내벽을 조금씩 넓혀가다 손가락을 하나 더 삽입하면 아픈 듯 낑낑거리는 숨소리가 들렸다.


“아파, 잠시만…….”

“아파?”


되물으며 뺨을 조심히 쓸어내는 손길에서 조심스러움이 묻어났다. 아래에 몰리는 감각을 조금이나마 분산해보려 베를렌느가 고개를 틀고 입술을 부딪혔다가 다시 속삭였다. 안 아파, 계속 해… 살살 안쪽을 쓸어내고 손가락을 교차하며 안쪽을 헤집다 보면 조금씩 내벽이 부드럽게 젖었다. 아픈 듯 억눌린 소리를 계속해서 뱉어내던 소리도 점점 젖어 들었다. 스팟을 꾹 누르면 허리가 움찔거렸다.


“앗, 흐아… 아, 거기…”


반응이 좋은 곳을 집요하게 찌르고 쓸어내며 랭보가 작게 미소 지었다. 안쪽이 젖어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질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손끝을 굽혀 깊은 곳을 자극하면 베를렌느의 얼굴이 새빨개지며 고개를 도리질 쳤다.


“힉, 거기 하지 마, 하지, 마, 아,”

“기분 좋아 보여, 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그의 성기를 제 허벅지로 살짝 부비며 랭보가 장난치듯 말했다. 몇 번 더 찔러주니 어깨에 얹은 손끝이 꾹 곱아들며 베를렌느가 가느다란 소리를 흘렸다. 하지 말라는데도 집요하게 움직이는 자극 때문에 벌써부터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힘을 실어 조금 더 세게 추삽질 하며 손가락을 뿌리까지 밀어 넣으면 안쪽이 꽉 물고 놓아주질 않았다. 이렇게 좁아서 내 건 어떻게 받으려고 그래. 짓궂은 말에 내벽이 다시 움찔이며 다물렸다.


연신 더운 숨을 뱉어내며 베를렌느가 고개를 뒤로 젖혔다. 반쯤 풀린 눈으로 그만하라며 웅얼거리는 모습이 기분 좋아 보여 부러 더 헤집어 주면 헐떡이는 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손등에 핏줄이 설 정도로 강하고 빠르게 움직이니 쿨쩍이는 소리와 함께 자지러지는 소리가 났다.


“좋아? …흐,”

“읏, 아! 흐응, 아, 그만…!”


앞에서 물을 질 흘리며 베를렌느가 신음했다. 좋으면서 솔직하지 못하게, 속으로 생각하며 랭보가 그의 젖혀진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 약하게 깨물며 자국을 남겼다. 몇 번의 움직임이 더 이어지고 쾌감이 계속해서 쌓이면 아랫배가 저릿한 감각과 함께 사정감이 들었다. 손가락만으로 기분 좋아져서, 머리가 엉망이 될 것 같아 베를렌느가 몸을 뒤로 슬 뺐고, 랭보가 그를 다시 잡아끌었다.


“폴, 포올… 마리. 예뻐…”

“…흐윽, 아, 랭보…”


귓가에 속삭이는 달콤한 말에 무언가 뚝 끊긴 기분이 들더니 그의 것에서 백탁액이 울컥 흘렀다. 숨을 할딱이면서 베를렌느가 랭보의 이름을 연거푸 불렀다. 손가락이며 허벅지 안쪽에 액이 질척하게 늘어진 것을 보며 랭보가 몇 번 더 손을 움직이다 빼냈다. 베를렌느가 어깨에 고개를 툭 기대고 흥분으로 떨리는 숨을 내뱉었다. 인내심이 전부 바닥난 랭보가 그의 위로 완전히 올라타려 하자 베를렌느가 손 뻗어 제지했다.


“…왜?”

“너, 모, 몸도 안 좋고. 머리 아프잖아, 아직… 한, 번 해줬고, 그러니까,”

“나 안 아프다니까. 이제 완전히…….”


이젠 정말 머리도 어지럽지 않고 아주 멀쩡한데, 괜히 보호한다는 핑계로 이 상황을 벗어나려는 것 같아 랭보의 미간이 슬쩍 찌푸려졌다. 입술을 삐쭉, 내밀더니 랭보가 조금 불평하는 투로 말했다.


“아니다, 맞아. 나 아프니까… 폴이 직접 움직여 줘.”


위에서. 그럼 되지? 눈을 동그랗게 뜬 베를렌느의 표정을 살피며 랭보가 얄밉게 덧붙였다. 너, 너… 베를렌느가 말을 더듬거렸다.


랭보가 손을 잡아 끌며 카우치에 앉으면 그가 조금 주저하다 랭보의 얼굴을 흘끗 바라봤다. 진짜 하라고? 랭보의 표정에는 장난기가 어려 있었으나, 방금 뱉은 말을 취소하려는 기색도 없는 듯했다. 머뭇거리며 서 있는 베를렌느의 나신을 랭보가 노골적인 시선으로 훑으면 그의 얼굴이 다시 새빨개졌다. 손을 뻗어 랭보의 눈을 가리자 소년이 맑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앉아 있는 랭보의 눈을 한 손으로 가린 채로 베를렌느가 몸을 기울였다.


“키스해 줘, 폴.”


랭보가 유혹하듯 작게 속삭였고 베를렌느가 홀린 것처럼 입을 가볍게 맞추었다. 랭보의 위에 무릎을 꿇고 올라타 아래로 손을 내려 위치를 가늠하는 얼굴이 퍽 곤란한 얼굴이었으나 그만두려는 것은 아니었다. 성기의 선단을 제 구멍에 맞추고, 아래로 조금씩 달싹이며 내려앉으려 몇 번 시도했으나 익숙한 자세가 아닌 탓에 긴장한 몸이 꽉 다물려 쉽게 넣지를 못했다. 베를렌느가 난처한 눈빛으로 랭보를 바라봤다.


솔직히, 쉽게 삽입하지 못해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랭보가 손을 뻗어 그의 허리부터 골반을 천천히 쓸어내리면서 토닥였다. 잠시 숨을 내쉰 베를렌느가 다시금 몸을 천천히 내려 조금씩 삽입했다. 직전까지 질척이며 뻐끔거리던 내벽에 손가락보다 훨씬 두터운 것이 들어가려니 버거웠다. 랭보의 어깨를 조심히 쥐고 베를렌느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못, 하겠어…”

“잘 하고 있어요, 폴.”


얄미운 존댓말에 베를렌느가 끙 앓는 소리를 흘렸다. 선단만 겨우 문 채 허벅지 안쪽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제 둔부를 잡아 벌리며 몸을 조금씩 낮출 때마다 안쪽으로 밀려들어 오는 감각이 낯설었다. 헐떡이며 숨을 내뱉다가 그가 고개를 떨군 채 눈을 질끈 감았다. 랭보의 숨소리가 조금씩 거칠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선단이 내벽을 긁는 감각을 예민해진 몸이 쾌락으로 받아들여 잇새로 신음이 새어나갔다.


한참 삽입하다 보면 내벽이 더 이상의 침입을 막듯 뻑뻑하게 조였다. 베를렌느가 열에 젖은 눈으로 랭보를 바라봤다. 더 안 들어가, 속삭이며 그의 자비를 바라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여 뺨에 입을 맞췄다.


“애교 부리는 거야?”


랭보가 웃음을 흘리면서 허리를 쥔 채 몸을 달싹였다. 베를렌느가 힉, 새된 소리를 흘렸다.


“아, 안 들어간, 다니까, 랭, 앗,”


들어가면 안될 곳을 억지로 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면 순간 베를렌느의 다리에 힘이 풀려 내려앉았다. 성기를 뿌리까지 삼키고 결장 안쪽까지 콱 치받히는 감각에 그가 고개를 젖히고 끄흑, 끅 숨 넘기는 소리만 간신히 흘렸다. 그의 것에서 묽은 액체가 맥없이 흘렀다.


“히윽! 으, 아…! 이거, 너무 기, 깊어, 흐,”

“…폴, 괜찮아?”


성기를 빠듯하게 무는 감각에 억누른 숨을 뱉어낸 랭보가, 뱃속이 밀려 올라가는 것 같은 압박감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연인을 품에 안고 머리를 살살 쓸어주었다. 그가 고개를 어깨에 묻고 훌쩍이며 몸을 떨었다. 이전까지 들어가 본 적 없는 곳을 침범한 성기가 내장을 궤뚫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었다. 뺨에 입술을 연거푸 묻고 귀를 가볍게 물어 할짝이면 안쪽 깊은 곳이 움찔거리며 조여들어 랭보도 한숨을 내뱉었다.


섣부르게 움직이지 않고 그의 숨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베를렌느가 아직 바들거리며 떨리는 무릎을 살짝 세워 몸을 조금 일으키고 몸을 달싹였다.


“읏… 응, 흐으…”


내벽에 기둥이 긁히는 감각에 베를렌느가 신음했다. 처음에는 조금 달싹이다, 선단이 기분 좋은 곳에 닿게끔 몸을 물렸다가 내려앉으며 움직였다. 네 거 너무, 커… 웅얼거리면서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으면 랭보가 그에 맞춰 안쪽 깊은 곳을 쳐올렸다. 몇 번을 찔러올리다 약한 곳을 찔렀는지 그가 신음을 내지르며 안쪽을 세게 조였다.


“으윽, 포올… 여기야?”

“흐, 으아, 힛…!”


제가 내지른 소리에 흠칫 놀라 허벅지를 오므리고 몸을 뒤로 주욱 빼던 베를렌느의 골반을 쥐고 예민한 지점을 찔러댔다. 맞닿는 지점이 질척하게 젖어들어 쳐올릴 때마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베를렌느가 그만, 과 좋아, 를 새는 발음으로 웅얼거렸다.


몇 번 더 거세게 움직이면 금세 앞에서 다시 백탁액이 줄줄 새어 나왔다. 절정을 맞아 예민해진 몸에 자극이 계속되자 그가 울음을 터트리며 애원했다.


“래, 랭보, 니콜…라, 아! 제발, 나, 금방, 하으…!”

“마리, …당신 안쪽 엄청, 기분 좋아.”

“흐윽, 아, 갔어, 갔는데에… 히, 읏…!”


그럼에도 랭보를 꾸욱 안은 손은 놓아주지 않았고, 손톱이 너른 등 위를 긁었다. 허공에 붕 뜬 것처럼 머릿속이 하얗게 질리고 몸이 오싹거렸다. 두터운 것이 결장을 처박는 움직임이 기분 좋으면서, 동시에 너무 과한 쾌감이 몰아치는 것이 무서웠다. 엉엉 아이처럼 울며 매달려오는 몸을 끌어안고 랭보가 귓가에 달콤한 말들을 속삭였고, 귀를 물고, 목덜미도 전부 입질하듯 물어놓았다. 목덜미를 무는 감각에도 베를렌느는 전율했다.


몇 번을 절정했는지 모를 정도로 흥건히 젖은 아랫배 위로 허릿짓을 할 때마다 물이 핏 새어 나왔다. 전에 없을 정도로 콱 조여드는 탓에 랭보가 낮은 신음을 뱉으며 파정해 안쪽 깊은 곳을 더럽혔다. 울컥 쏟아지는 감각에 베를렌느가 숨을 조금 돌리기가 무섭게 랭보가 다시 몸을 움직였다.


“아으, 흐아아… 그, 그만…….”

“지쳤어? …조금만 더, 마리…….”


헐떡이며 랭보의 가슴팍을 꾸욱 밀어내던 베를렌느가 안쪽의 이어지는 자극에 히윽, 소리를 내며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부드럽게 몇 번 움직이던 것이 거칠게 박아넣으며 제 맘대로 안쪽을 탐하니 쾌락에 머리 안쪽까지 저릿거렸다. 성기 모양대로 볼록하게 튀어나온 아랫배에 손을 얹으면 안쪽이 맥박치듯 쿵쿵 뛰는 것이 느껴졌다. 깊은 곳까지 콱 쑤셔박았을 때 맞닿는 곳을 뭉근히 눌렀고, 베를렌느의 몸이 다시 흠칫 튀며 내벽이 거세게 조여들었다.


“우윽, 흐으, 앙, 앗… 그거, 싫…! 앙, 흐,”


뱃가죽에 얹은 손을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으로 떼어내려 애쓰면서 베를렌느가 고개를 저었다. 움직이기만 해도 계속해서 절정해 힘겨운데, 손길이 더해지니 난생 처음 겪는 감각이 아랫배를 때려와서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잔뜩 흥분한 듯 숨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랭보가 귓가에 속삭였다.


“마리, 여기 누를 때마다… 윽, 엄청 조여. 그렇게 좋아?”

“끄윽, 흐, 앙, 니콜, 라아… 하,”


다리가 활짝 벌어진 채 저항 없이 움직임을 받아내며 베를렌느가 앞에서 멀건 물을 터트렸다. 뇌가 녹아내리는 것 같은 감각에 체면을 차릴 겨를도 없이 좋다고 말하며 엉엉 울었다. 이제서야 좀 솔직하다며 랭보가 웃음을 흘렸고, 입을 맞추었다. 거센 허릿짓을 할 때마다 그가 혀까지 경련하듯 벌벌 떨었다.


다시 사정감이 들었는지 랭보의 움직임이 더 격해졌다. 이제는 완전히 지쳐 움직이는 대로 흔들리며 베를렌느가 쉰 목소리로 신음을 뱉었다. 그러면서도 랭보가 사랑을 속삭이면 내벽이 성기를 꾸욱 조여물었다. 다물리는 것을 억지로 헤집으면서 랭보가 짧은 간격으로 쳐올렸고, 다시 깊은 곳에 사정했다.


베를렌느가 숨을 헐떡이며 랭보에게 그대로 안겼다. 랭보가 훤히 드러난 그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그가 힘없이 손을 뻗어 랭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내려갈, 래…….”

“…조금만 이러고 있자, 땀 식으면 감기 걸려.”

“……그걸 알면서, 침대로 가지도 않, 고…….”


랭보가 얄미웠지만 눈을 흘길 기운도 없는지 베를렌느가 손을 들어 어깨를 툭 때렸다. 당연히, 아프지도 않았다.


“아야, 그래도 좋았잖아.”

“……싫은 건 아니었지, 만.”

“흐흐, 폴.”

“내가, 하지 말라고 했잖아, 내가……”

“엄청 좋아하던데, 응. 이렇게 흥건하게 적시고.”

“나, 다리 저려서… 눕고 싶어…….”


랭보가 손을 뻗어 아랫배를 어루만지면 베를렌느가 앓는 소리를 흘렸다. 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휘청이는 그를 안아 든 채 침대에 눕히며 랭보, 다치면 어떡하려고, 따위의 잔소리를 듣고, 옆에 랭보 자신도 누웠다. 그가 기진맥진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만이어서… 더 그랬어. 무서웠어.”

“무서웠어?”

“…기분 좋은 게 너무 과해서, 무섭고, 그리고…….”

“그리고?”


베를렌느가 말을 골랐다. 랭보는 그의 뜸들임을 조바심 내지 않고 기다렸다. 눈을 굴리던 그가 숨을 느리게 내뱉었다.

 

“…네가 깨어난 게 전부 꿈일까 봐. 이 모든 게 내가 상상하고 있는 것 뿐이고, 꿈에서 깨면 네가 여전히 잠든 채 누워있을 것 같아. …가끔, 너무 좋으면 불안해지잖아. 그래서.”

“…포올.”


랭보가 몸을 돌려 베를렌느를 품에 안았다. 품에 고개를 기댄 채 베를렌느가 느리게 말을 이어갔다. 울 것 같아졌는지, 고개를 들고 눈을 바라보지는 못했다.


“무서워. 이 모든 일이 한순간 깨어질까 봐, 그래서 깨닫는 순간 바닥으로 추락하게 될까 봐…….”

“그럴 일은 없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모든 가능성을 무시한 채 단언해서 말하는 어린 목소리에 베를렌느가 낮게 웃음을 흘렸다. 그래, 그냥 내가 겁쟁이어서 그래. 그런 말로 어영부영 책임을 자신에게 넘기면서 넘어가는 편이 나았다. 분위기를 더 나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말이 없어진 비겁한 남자를 끌어안은 채 랭보가 다시 속삭였다.


“폴, 당신은 겁쟁이가 맞아.”

“……그래,”

“그러니 지금 이 모든 것들이 한순간의 환상이라고 한다면, 깨지 마. 계속 그 안에서 살아.”

“…….”

“그래도 괜찮아.”

 

랭보의 어떤 말은 가끔 예언처럼 이루어지곤 했다. 그들은 그 환상 속에서 꽤 괜찮게 지냈다.

 

베를렌느는 일을 했고, 랭보는 시를 썼다. 그가 드물게 피곤하지 않은 휴일에는 서로의 시를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가끔씩 바닷가를 산책했고, 평범한 연인처럼 굴었다가, 다투었다가, 서로 자신이 미안하다며 엉엉 울어버리고, 퉁퉁 부은 눈으로 손을 잡고 거리를 걷기도 했다.


종종 랭보는 이 모든 일을 이미 어디선가 겪어본 것 같다는 묘한 데자뷔를 느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 이따금 꿈에서 본 것 같은 일상의 조각들. 그러나 반복되는 일상에서 기시감은 금세 사라지고 그저 눈앞에 있는 사람만이 남아 그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책장에 그들이 써낸 시가 쌓이는 만큼 우편함에는 반려당한 원고들과 각종 우편물과 고발장과 신문이 빽빽이 꽂혀갔고 괜찮은 날들이 괜찮지 않은 날들보다 적어질 즈음,

 

관계는 파멸로 치닫고,

 


탕!

 

베를렌느가 총을 꺼내 랭보의 손을 쏜 어느 날엔가 마침내 깨어지게 되는 것이다.

 

화약 냄새와 함께 앞으로 영혼이 쏟아지는 것 같은 현기증, 동시에 드는 기시감. 언젠가 제 손에서 왈칵 쏟아지는 피를 보며 쓰러지던, 이미 보았던 장면이 여기에 있다. 손끝이 저리다. 움직일 수가 없다. 진실이라는 지독한 독을 삼켰다. 내장이 타는 듯한 독액의 격렬함. 고통에 바닥을 긴다. 소리 지를 수도 없다. 눈물로 흐릿한 시야 너머 그가 보인다. 울고 있다. 웃고 있나, 총을 떨어트리는 소리, 하얗게 질려 풀썩 주저앉는 움직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을, 유일한 이해자라는 달콤했던 환상에서 깨어나 비로소 현실에 내던져지는 순간.

삶을 구원해 줄 진정한 이해자란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해서도 아니 되었다.

 

모든 것이 헛되었고, 헛될 것이다. 삶은 한낱 글줄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치장하기 위한 예술은 전부 거짓이다. 그저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만이 진실로서 존재한다.

 

그러니 예지한다.

 

너는 살아 있으리라. 그 육체가 무너질 때까지 추하고 고독한 모습으로.

 

소년은 그 때에 비로소 무지의 베일을 걷어내고 어른이 된다.




아주 먼 옛날에 와본 적 있는 것 같은 자그마한 항구 도시. 실은 단 한 번도 와본 적 없으나 까닭 없는 노스탤지어가 느껴지는 곳.

작은 항구 마을은 그의 친구가 병상에서 가끔씩 들려주곤 했던 묘사 그대로였다.


바다에서 몰려온 쓰레기가 해변가에 놓여 있고, 아이들은 그물을 넘어 다니며 와르르 웃음소리를 흘리고, 그리고,

 

붉은 태양. 달과 별, 그리고 푸른 바람.

 

나뭇배가 물결에 따라 아슬아슬 흔들리며 부두에 부딪히는 너머로 태양이 완전히 바다에 삼켜졌다. 바다는 아주 맑았으나 영영 떠나버린 태양을 투영할 수는 없었다.


들라에는 파도가 치는 끝부분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면서 오래오래 걸었다. 절벽이 보이는 곳을 떠났다가, 다시 절벽이 있는 곳으로. 그곳엔 소금기가 하얗게 달라붙은 바위가 있고, 세 걸음 뒤에 파헤쳐진 구덩이가 있고, 바위를 지나치면 작은 돌담이 있고,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게 된 집이 있다.

 

그리고 그의 친우가 남긴 저주받은 예언에 따라 아직도 질긴 숨을 이어가고 있는 초라한 남자가 있다.

 

좋아서 떠난 것이 아닌 여정 내내 껄끄럽게 굴며 속을 긁어 놓았고 랭보의 흔적을 찾지 않으려 애썼고 자신에게서 그를 투영했으며 결국엔 형편없이 무너지던 남자의 고해. 들라에는 아프리카의 붉은 태양이 남자의 눈에서 일렁이던 순간을, 그 눈을 통해 랭보를 마주하던 순간을 기억한다.

 

그는 남자가 있는 집으로 들어간다. 손때 묻은 책상 위에는 너덜거리는 일기장이 있고, 그것이 퍽 소중하다는 듯 끌어안은 채 엎드려 자고 있는 남자가 있다. 초가 일렁거리며 남자의 퀭한 얼굴을 비춘다. 실은 나에게도 있었어. 랭보 때문에…… 그의 목소리에서 랭보를 발견하고 끝내 아이같이 울음을 터트리던 가엾은 남자는 지금 평온하게 잠들어 있다.

들라에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었다. 언제 잠이 들었냐는 듯 두 눈이 조용히 떠진다. 이윽고 들리는 고개, 누가 자신을 깨웠는지 명백하게 인식하는, 총기가 서린 눈.


“베를렌느 씨.”

 

두 사람은 처음으로 서로를 온전히 마주 본다.




 아르튀르 랭보는 오랜만의 긴 꿈에서 깨어나 눈을 조심히 깜빡였다. 병실은 커튼을 쳐 놔 어두웠고, 커튼 아래로 빨갛게 해가 저무는 기운만이 느껴졌다. 꿈의 기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 그대로 잠시 있고 싶어 다시 눈을 감았다.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들라에가 시선을 돌리지도 않은 상태로 물었다.


“깼어?”

“…조금 더 눈 감고 있을까 했는데. 어떻게 알았어?”

“숨소리가 달라졌어. 랭보, 너도 나를 알지만, 나도 너를 알아.”

“흐, 한 방 먹었군. 들라에, 커튼을 열어줘. 해 지는 모습이 보고 싶어.”


들라에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없이 커튼을 걷어 젖혔다. 창밖으로, 샤를빌의 숲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지는 해를 한참이나 바라보며 그는 말이 없었다. 딱 맞았다가 어느새 헐렁해진 환자복의 어깨에 붉은 기운이 고이며 등으로 그림자가 진다. 랭보가 입을 열었다.


“나, 옛 시절의 꿈을 꿨어. 진통제 투여를 중단한 이후로 이렇게 생생한 꿈을 꿔보는 것은 처음이야. 알다시피, 최근엔 거의 잠들지 못했으니.”

“가끔 그런 꿈을 꾼다고 전에도 얘기했었잖아.”


그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냐, 그건 내가 겪은 적 없는 이야기. 이번 꿈은 진짜로 있었던 이야기야. 기억나? 내가 머리 다쳤을 때. 날 간호하고 있었어. 너랑 폴이. 왜 잊고 있었을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거 말이야.”


그가 고개를 슬쩍 기울였다. 여전히 사유하는 것은 그의 즐거움 중 하나다.


“아무래도 시간이 무척이나 오래 지나서겠지. 기억은 유한하며 시간은 인간을 절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그래, 오직 시간만이 영원히 남고. …너한테는 미안하게 됐어. 몇 번씩이나 내가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잠든 모습을 보게 했으니.”

“…랭보.”

 


“들라에, 나 네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펜이랑 종이를 좀 부탁해도 될까.”


~앤솔 후기 중 발췌~

랭보 4연 막공 후 2개월만에 랭보 앵콜이 올라온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앤솔로지 마감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내 팬픽 안야해 증후군’에 걸려서 씬을 쓰는 동안 [섹스할 때 듣기 좋은 플레이리스트] 같은 걸 유튜브에서 틀어놓았고 결과적으로 알고리즘이 오염되었습니다. 전문적으로 씬을 쓰는 작가님들, 정말 존경합니다.


2019년에 랭보를 처음 만나 어느덧 2025년, 처음 랭보를 봤을 때의 감상과 지금의 감상, 캐해석, 극을 보는 방식, 심지어는 저 자신의 정신건강 여부까지 달라졌지만 저는 여전히 여기 있네요... 앤솔을 또 써가면서... 아무튼, 구매하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2026년... 이 글을 옮기면서 엔터 버튼이 다 지워져서 제 씬을 엔터 하나하나 쳤습니다...

저는 정말로 불감증에 걸려버린 것 같습니다. 이제 전혀 야하지가 않아요...

하편이 무사히 올라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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